
1. 와인의 기원
지금까지의 발굴 기록으로 보면 와인의 기원은 서아시아·코카서스 근처로 본다. 지금의 조지아, 아르메니아, 이란 북서부, 동부 터키 일대이다. 약 기원전 6000 ~ 4000년경의 토기, 항아리 안쪽에서 포도 껍질, 씨, 포도에 들어있는 주석산, 발효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를 보고 포도를 일부러 발효시켜 술은 만들었다고 해석한다. 초기의 와인은 야생 포도를 사용하여 당도와 산도가 일정하지 않고, 저장이나 여과, 산화 방지 기술이 부족했고, 향신료나 허브, 꿀 등은 섞기도 했다. 지금의 세련된 와인이라기보다 향이 강하고 탁한 포도 술에 가까웠다.
2. 고대의 와인
기원전 3000년쯤 되면서 메소포타미아, 레반트, 이집트에서는 와인이 꽤 귀한 술이었다. 맥주가 일반 서민이나 노동자의 술이었다면 와인은 상류층이나 왕, 신에게 바치는 술이었다. 이집트 벽화나 무덤에는 포도밭을 가꾸는 모습이나, 사람들이 발로 포도를 밟아 즙을 짜는 장면, 항아리에 담아 보관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로 넘어오면 와인은 일상의 음료가 된다. 그리스인들은 와인을 그대로 마시는 것은 야만적이라 생각했고 항상 물에 타서 마셨다. 연회 자리에서 시, 철학, 정치 얘기를 나누며 물에 탄 와인은 마시는 문화가 있었고 디오니소스 같은 포도주 신도 등장한다. 와인은 그냥 술이 아니라 문화, 철학, 종교와 연결된 음료였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와인이 산업으로 발전한다. 이탈리아반도, 프랑스, 스페인, 라인강 주변까지 제국 곳곳에 포도밭과 양조장이 만들어졌다. 로마에서 널리 쓰였던 항아리인 암포라에 와인을 넣어 지중해 전역에 수출하고 유통했다. 질 낮은 와인은 노예나 서민용이었고, 오래 숙성하거나 향신료와 꿀은 넣은 고급 와인은 상류층이 먹었고, 연회용으로 쓰였다. 그리고 로마가 기독교화되면서, 포도주는 예수의 피를 상징하여 성찬식의 필수가 되었다. 이후 유럽 와인 역사는 기독교와 붙어서 움직이게 된다.
3. 중세에서 근대의 와인
서유럽에서 로마가 무너지고 난 뒤에도 와인 기술이 이어진 이유 중 하나는 수도원이다. 수도원에서는 미사를 위해 포도주가 필수였고, 약용, 손님 접대를 위해 와인을 생산했다. 특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수도원들은 포도의 품종, 재배 방법, 토양, 숙성 방식 등을 기록하고 개선하면서, 포도밭마다 맛이 다르더라는 감각을 키워왔다. 현재까지 유명한 포도밭, 지역 이름 중 상당수가 원래 수도원 영지였던 곳이 많다. 중세에서 근세를 거치면서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루아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피에몬테, 베네토, 독일· 오스트리아의 리슬링, 스페인·포르투갈의 셰리, 포트와인, 리오하 등 각 지역의 기후, 토양, 품종, 양조 스타일의 특색을 가진 지역 와인들이 형성된다. 이 시기부터 지리와 맛의 연결 개념에 굳어지기 시작한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남아프리카, 호주, 뉴질랜드로 이동하면서 포도나무와 와인 기술을 가져갔다. 스페인·포르투갈은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로, 프랑스·영국은 미국, 남아프리카로 영국은 호주, 뉴질랜드로 건너가 초기에는 유럽식 스타일 그대로를 따라 한 와인을 생산했지만 20세기 들어 칠레·아르헨티나의 카베르네, 말베크,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 카베르네, 샤르도네, 호주의 시라즈,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같은 신대륙의 와인이 인정받기 시작했다.
4. 오늘날의 와인
전 세계의 와인 생산량은 연간 250억 ~ 300억 리터 정도 수준이다. 전통의 3대 강국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하여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남아공 등이 주요 생산국이다. 요즘의 와인은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전통 산지 중심의 고급와인, 칠레, 호주, 뉴질랜드, 캘리포니아 등 신대륙의 합리적 가격의 와인, 보존제나 필터링을 최소화한 자연스러운 방향을 추구하는 내추럴 와인, 건강을 위한 무알코올 와인, 편의성을 생각한 캔 와인 등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고 있다. 와인은 다른 술보다 기후 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포도나무는 물과 스트레스에 약하기 때문에 가물면 양과 품질이 떨어지고, 비가 많이 오면 곰팡이나 병이 생긴다. 기온 상승과 폭염에는 포도가 빨리 익어 당도만 높고 산도는 떨어지는 와인이 되기 쉬워 수확 시기를 앞당기거나, 품종, 재배 방법을 변경해야 한다. 남부유럽, 호주 일부 지역은 더워져서 재배가 힘들어지고, 영국, 독일 북부, 캐나다, 북유럽 등 예전에는 추워서 재배가 어려웠던 지역이 와인 산지로 떠오르는 흐름도 있다. 그래서 와인 업계에서는 더위에 강한 품종으로 바꾸거나, 재배 고도를 높이거나, 수확시기, 양조법을 조정해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50년쯤이 되면 지금의 와인 지도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