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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당근의 역사: 원산지, 전파, 프로파간다, 오늘날의 당근

by mesik 2025.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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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이미지

1. 당근의 원산지

당근의 원산지는 서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로,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앙아시아 일대를 당근 재배의 기원지로 본다. 야생 당근은 지금처럼 두껍고 단단한 주황색 뿌리가 아니라 가늘고 질겼으며 쓴맛이 강했다. 색도 우리가 아는 주황색이 아니고 대부분 보라색이거나 노란색이었고 희거나 붉은색 등 다양했다. 처음에 뿌리는 먹지 않았고, 씨와 잎, 뿌리를 약재나 향신료로 사용했다. 8~10세기 이후 중앙아시아·서아시아에서 지속적인 계량을 통해 뿌리가 어느 정도 굵어져 채소로서 섭취가 가능해진 보라·노랑 당근이 등장한다.

 

2. 당근의 전파와 확산

2-1. 서아시아에서 지중해·유럽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기록에도 야생 당근이 등장한다. 주로 약이나 향신료로 썼다는 기록이다. 뿌리 작물로의 당근이 유럽에 전파된 것은 10~12세기경, 이슬람 제국이 스페인을 정복하면서다. 이때도 당근은 보라·노란색이 주류였다. 13세기경 실크로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중국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도에서 붉은 당근이 특히 발달했다.

 

2-2. 당근 역사의 전환점, 네덜란드

16~17세기 무렵, 네덜란드에서 노란색, 보라색 당근 중 뿌리가 크고, 속까지 균일하게 잘 물든 주황색 개체들을 골라 계속 교배·계량해 더 굵고 단맛이 강한 주황색 품종이 만들어졌다. 네덜란드의 독립을 이끈 ‘오렌지 공’ 가문을 기리기 위해 네덜란드의 상징색인 주황색 당근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주황색 당근은 기존 당근보다 쓴맛이 적고 단맛이 강했고, 식감도 아삭했다. 그 결과 맛과 모양이 월등했던 주황색 당근이 세계로 퍼지며 당근의 표준이 되었다.

 

2-3. 아메리카

17세기 초반 네덜란드에서 주황색 당근이 개발되어 유럽 전역에 퍼지기 시작하던 때 북아메리카의 영국과 프랑스 정착민들이 씨앗을 가져오면서 도입되었다.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는 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 식민지 개척자들을 통해 도입되었다. 칠레, 페루, 브라질 등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2-4. 한국으로의 유입

우리나라에 당근이 들어온 것은 16세기 무렵 중국을 통해서이다. 실제로는 원나라 이후 명나라 시기에 들어왔지만, 중국을 ‘당’이라 부르는 관습 때문에 당나라에서 온 무라는 뜻으로 당근이라고 불렸다. 초기에 들어온 당근은 뿌리가 길고 붉은색이 도는 동양계 당근이었으나, 현재 우리가 사 먹는 당근은 개항 이후 서양에서 들어온 서양계 품종이 주를 이룬다.

 

3. 당근 프로파간다

당근이 '시력 개선에 좋다'라는 믿음은 2차 세계대전 영국에 의해서 비롯되었다. 영국 공군은 밤에도 독일 폭격기를 효과적으로 요격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비결은 영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항공기 탑재 레이더였다. 하지만 그 기술을 숨기고 싶던 영국은 '식량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영국 조종사들이 당근을 대량으로 섭취해서 뛰어난 야간 시력을 얻었다고 선전한다. 이 결과 전시 식량이 부족해 자국에서 재배되는 당근을 많이 먹도록 장려해야 했던 영국 정부는 작전에 성공해 당근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당근 프로파간다의 내용은 과장 되었지만, 당근의 주황색을 내는 색소인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야맹증 예방에 도움이 되어 당근과 시력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4. 오늘날의 당근

4-1. 생산과 소비

중국, 미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등 북반구 온대 기후를 가진 나라들이 주요 생산국이다. 한국도 당근을 꽤 재배하지만, 전 세계로 보면 중간 정도의 위치이다. 당근은 샐러드, 주스, 스무디 등 생식으로 먹거나, 볶음, 조리, 수프, 카레, 스튜 등 조리를 통해서 먹기도 한다. 일부는 주스용 공업 원료나 가공식품에도 쓰인다. 색깔도 다양한데 역시 메인은 주황 당근이며, 보라, 노랑, 하양 당근은 샐러드, 피클, 고급 요리의 데코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4-2. 기후 위기와 당근

당근은 너무 더운 기후를 싫어하고, 서늘한 온대 기후에서 잘 자란다. 지나치게 더워지거나, 가뭄/폭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면 갈라지거나 크기의 불균형이 오는 등 품질이 저하된다. 병해충 증가 위험도 커진다. 그래서 파종 시기를 조절하거나, 품종 개량을 통해 내열성, 병 저항성을 키우고, 토양·관수 관리 등을 통해 기후 변화에 맞게 재배법을 조정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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