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고추의 원산지
고추는 일반적으로 중앙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 북부를 원산지로 본다. 지금의 멕시코, 과테말라, 볼리비아 주변에서 자라던 야생종을 여러 번에 걸쳐 재배종으로 만들었다. 자료에 따르면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이미 고추를 재배하고 식용한 흔적이 있다. 아스텍, 마야 같은 문명에서도 옥수수, 콩, 호박과 함께 기본 4대 식재료로 쓰였다. 소금, 물과 섞어 매운 소스를 만들어 음식과 먹었고, 이것이 지금의 ‘살사’의 조상이다.
2. 고추의 전파와 확산
2-1. 유럽으로의 전파
대항해시대인 15~16세기 콜럼버스 이후 스페인이 카리브·중남미를 점령하면서 고추도 유럽으로 건너갔다. 유럽인들은 고추를 이미 알고 있던 비싼 향신료 ‘pepper(후추)’에 빗대서 chili pepper로 불렀다. 초기 유럽에서는 기후가 따듯한 스페인·포르투갈에서 먼저 재배되었다. 비싼 후추 대신 쓸 수 있는 싸고 강한 향신료로 생각했다.
2-2. 아프리카와 아시아로의 전파
아프리카와 아시아로의 전파는 포르투갈의 역할이 컸다. 포르투갈은 서아프리카 해안에 교역 기지를 세우고 케이프타운을 돌아 인도, 동남아까지 이어지는 ‘인도양 무역 루트’를 장학했고 이를 통해 고추도 전파된다. 동남아를 거쳐 중국 남부까지 퍼져나간다.
2-3. 각지의 매운 음식 문화 형성
인도 : 카레와 마살라에 고추가 들어가면서 오늘날의 매운 인도 요리가 자리 잡았다.
동남아 :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기존의 레몬그라스, 갈랑가 등의 향신료에 고추가 더해져 지금의 강렬한 맛이 완성되었다.
중국 : 쓰촨, 호난 등 남부 내륙에서 고추, 기름, 마라를 조합하는 문화가 생겼다.
헝가리 : 고추에서 나온 파프리카가 국민 향신료가 되고, 굴라시 같은 요리에 필수로 사용된다.
멕시코와 중남미 : 원래부터 있던 다양한 고추가 요리별로 쓰임새가 세분화되어 발전한다.
아프리카 서부 : 고추가 스튜, 찌개, 소스에 사용되면서 아주 매운 요리들이 생겼다.
3. 한국 유입과 확산
한국에 고추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다.
· 일본 경유설 : 일본에 먼저 들어간 고추가 조선과의 전쟁(임진왜란)이나 교역 과정에서 전파되었다는 주장이다.
· 중국 경유설 : 명·청나라와의 교역에서, 또는 중국 남부·산둥 지방을 통해 들어왔다는 주장이다.
· 일부는 16세기 중반 이전의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논쟁 중이다.
확실한 것은, 17~18세기에 오면 이미 조선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음식과 약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기록에 등장한다. 조선 후기 문헌에 ‘고초’, ‘번초’, ‘남만초’ 같은 이름으로 고추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몸을 덥게 하고, 소화를 돕는 등의 약재로 사용했다. 이후에는 밭에서 키우는 채소나 향신료로 인식되다가 점차 젓갈, 장아찌, 김치에 넣는 매운 채소로 자리 잡는다. 17세기 이전 김치는 소금, 젓갈, 마늘, 파 위주의 맑거나 연한 색의 김치였다. 고추가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빨간 배추김치, 깍두기, 김장 문화가 자리 잡았다. 메주, 찹쌀, 고춧가루를 섞어 긴 시간 발효시켜 고추장을 만들었고, 이는 간장, 된장과 함께 3대 장류가 되면서 요리의 핵심 양념으로 자리 잡는다. 조선 후기로 갈수록 사용이 늘어났고, 근대를 처치면서 매운 한국 음식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4. 오늘날의 고추
4-1. 생산과 소비
고추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재배된다. 중국, 인도, 멕시코가 생산량이 많고 한국, 태국, 멕시코, 인도, 나이지리아 등은 많이 먹는 나라로 자주 언급된다. 한국에서는 청양고추, 꽈리고추, 풋고추, 고춧가루용 건 홍고추 등 품종이 다양하고 고춧값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중요한 작물이다.
4-2. 캡사이신(Capsaicin)
고추의 매운맛 성분은 ‘캡사이신’이라 부르는 알칼로이드이다. 혀의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서 매운맛을 느끼게 한다. 적당한 양은 식욕 촉진, 땀 배출, 몸이 따듯해지는 느낌을 주고 통증 조절 연구에도 사용된다. 붉은 고추에는 비타민C와 카로티노이드가 풍부해 항산화에도 좋다.
4-3. 기후위기와 고추
오늘날 고추는 세계 음식의 맛과 향을 바꾸는 향신료이고, 농업·가공 산업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이며, 각 나라의 매운맛 문화를 형성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우리 식탁에 꼭 필요한 고추는 상대적으로 강인한 작물로 기후 위기에 강한 소득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적응형 농업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는 고추를 앞으로는 어떤 품종을 어디에서 키울 것인가가 고추 재배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